Skip to content

jchun.dev

해외취업 후기 5. 면접 후기 (1) 이력서 준비와 지원

careers4 min read

Table of Content

  1. 프롤로그 - 우리는 왜 떠나는가
  2. 어떤 나라로 갈까? - 미국
  3. 어떤 나라로 갈까? - 미국 외 지역
  4. 해외 기업들의 엔지니어 채용 과정
  5. 면접 후기 (1) 이력서 준비와 지원
  6. 면접 후기 (2) 온라인 인터뷰
  7. 면접 후기 (3) 온사이트 인터뷰
  8. 면접 후기 (4) 오퍼 협상
  9. 마치며 - 우리는 왜 떠났는가

이직을 결심하고 이력서 파일을 열었을 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고민만 하면서 몇 시간 동안 한 줄도 쓰지 못하고 머리만 싸매고 있었던 경험이 기억납니다. 이력서를 준비하고 나서도, 어느 회사에 어떻게 지원할지 방법도 요령도 알지 못해 인터넷 검색이나 해가며 시간을 보내다 에라 모르겠다 하고 생각나는 기업에 전부 지원서를 뿌렸던 기억도 떠오릅니다. 어떤 회사는 지원서를 받고 반 년이나 지난 뒤에 연락이 와서,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다가 메일을 받고서야 '아 이런 곳에도 지원을 했었지!' 하며 예전 자료들을 찾아보기도 했습니다 (그 회사의 면접 제안은 거절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글로벌 기업 지원에도 활용할 수 있는 간결한 이력서를 정리하기 위해 사용했던 도구와 방법들, 그리고 이력서를 준비한 후 지원할 회사를 찾고 지원서를 넣은 과정에 대해 간단하게 적어보겠습니다.

01
열심히 지원서를 돌리던 시절의 흔적. 총 48개의 회사에 100여 건 정도의 지원을 돌렸습니다. 출처: Unsplash

LaTeX로 이력서 정리하기

본격적으로 해외 기업에 지원하기에 앞서 가장 먼저 준비해야 할 것은, 당연하게도 이력서(resume)입니다. 최근에는 구인구직 전문 사이트에서 가볍고 간결한 이력서 양식을 제공하는 등 이력서 작성이 많이 편해졌습니다. 하지만, 짧게는 몇 년 ~ 길게는 십수 년에 이르는 커리어 동안의 기록을 몇 장 안에 정돈하는 것은 여전히 번거롭고 골치 아픈 일입니다.

어떤 양식을 쓸지는 개인의 취향입니다만, 개인적으로는 LaTeX(레이텍) 등 WYSIWYM(What You See Is What You Mean) 에디터로 편집할 수 있는 양식을 사용하는 것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LaTeX는 대학원에서 본격적으로 논문을 써 보신 분들이라면 익숙하신 도구일텐데요, 코드의 형태로 문서를 작성하면 미리 지정해놓은 레이아웃에 맞추어 문서를 자동으로 조판해주는 강력한 기능이 있습니다. 물론 기존에 사용하던 Word, 아래아 한글, Google Docs 등의 도구에 비해서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아 겪는 불편함이 있었습니다만, 결과적으로 LaTeX로 이력서를 작성하면서 크게 아래 두 장점들이 있다고 느꼈습니다.

  1. 전체적인 레이아웃에 신경쓸 필요가 적어집니다. 미리 지정해놓은 (혹은 다른 사람들이 미리 만들어놓은) 레이아웃 위에서 내용만 편집하면 LaTeX가 문서를 깔끔하게 뽑아주므로, 예쁘게 레이아웃을 잡기 위한 노력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이력서의 내용에 집중할 수 있게 됩니다.
  2. 이력서의 버전을 쉽게 관리할 수 있게 됩니다. LaTeX가 생성해주는 결과물은 pdf 등 사람이 프린트해서 읽기 좋은 형태로 변환되나, 원본 문서 자체는 일종의 코드와 같습니다. 따라서 코드의 버전을 관리 하듯 이력서를 형상관리 할 수 있게 되며, 이에 따라 제 개인의 성장에 따라 수시로 이력서 업데이트하며 기록을 추적하고, 기존에 사용했다가 지웠던 문장도 필요할 때 가져와서 재활용하는 등 편리한 장점들을 누릴 수 있게 됩니다.

검색 엔진에 software engineer resume latex 등의 키워드로 검색을 해보시면 사용하기 좋은 간결하고 예쁜 LaTeX 이력서 양식을 쉽게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저는 github에 공개된 resume 양식 중 하나를 사용했습니다.

02
이제는 이력서도 코딩하는 시대. 출처: github.com/sb2nov/resume

간결하고 의미있는 이력서 작성하기

이력서에 가족관계, 희망 연봉, 사진, 나이와 같은 정보를 적지 않는 것은 이제 한국에서도 어느 정도 보편적으로 통하는 상식이 되었습니다만, 내 화려한 이력을 몇 장에 걸쳐 빽빽하게 이력서에 밀어 넣고 싶은 마음은 여전합니다. 처음에는 네댓 장이 넘게 이력을 작성했다가 주변의 피드백을 받고 어떻게 분량을 줄일지 고민했던 기억도 나는데요, 간결하면서 핵심이 잘 담긴 이력서를 위해 제가 개인적으로 세웠던 원칙은 다음과 같습니다.

  1. 가장 최근의 이력이 가장 위에 올라오게 하기: 지원하는 회사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 경험은 제가 가장 최근에 한 경험일 것이고, 해당 내용이 이력서에서 가장 먼저 읽히게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2. 프로젝트는 중요하면서 내가 실제로 기여했던 내용 위주로: 가장 최근 재직했던 회사에는 3-4항목 정도, 그 이전 회사들의 기록은 정말 핵심적으로 기여했던 한두 가지 정도만 간결하게 적어서 제가 가장 자신있는 내용으로만 이력서를 추립니다.
  3. 이력서의 맨 앞과 맨 뒤에 전문분야의 핵심적인 내용을 추리기: 앞에는 제 전문 분야와 관심 분야, 최근 기여했던 제품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뒤에는 자신있게 활용할 수 있는 기술과 스킬셋을 정리했습니다. 이렇게 하면 이력서의 맨 앞과 맨 뒤만 가볍게 훑어봐도 어떤 사람인지, 어떤 스킬셋이 있는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4. 기록이 있는 자료들은 링크를 첨부하기: 블로그 포스트, 외부 보도자료, 발표 자료, 오픈소스 기여 등.

LinkedIn으로 수시로 업데이트하기

갤럽의 조사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는 다른 어떤 세대보다도 이직에 자유롭다고 합니다. 이직이 자유롭고 잦은 만큼, 이력서를 활용해야 하는 순간도 더 자주 찾아올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력서를 적어도 3개월-6개월에 한 번은 정리하는 편인데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정작 필요해질 때 몰아서 이력서를 정리하느라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고, 수시로 이력서를 업데이트하며 새로운 기회가 찾아왔을 때 주저하지 않고 뛰어들 수 있습니다.
  2. 오래 된 프로젝트일수록 기억이 흐릿해져서 막상 이력서에 정리해야 하는 순간이 왔을 때 어떻게 정리할지 고민하느라 시간을 낭비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자주 이력을 업데이트하면서 개인의 기여를 훨씬 명확하게 정리할 수 있게 됩니다.
  3. 뭐든 몰아서 하는 것보다는 짧게 자주 하는 것이 그나마 덜 귀찮습니다(...)

특히, 이력서를 LinkedIn을 통해 수시로 업데이트하면 많은 도움이 됩니다. 이제는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는 링크드인은 구인/구직을 위한 소셜 플랫폼입니다. 이력을 잘 정리해두면 키워드 검색으로 프로필을 본 헤드헌터들의 연락을 받기도 쉬워질 뿐 아니라, 원하는 회사에 지원할 시 LinkedIn 프로필을 바로 지원할 회사에 공유하는 형태의 간편 지원 기능을 활용하기도 쉬워집니다. 또한, 목표하는 지역에서 어떤 회사들이 내 전문분야의 인재를 채용하고 있는지 검색도 가능하므로 이직을 준비하는 동안에는 LinkedIn을 굉장히 자주 활용하게 됩니다.

03
모든 회사가 LinkedIn 채용 공고를 활발하게 활용하지는 않지만, 어떤 회사가 채용중인지 빠르게 훑어보기는 편리합니다.

선택과 집중 vs 최대한 많이 지원하기

이력서를 준비했다면 본격적으로 지원서를 돌릴 시간입니다. 이 시점에서 하게 되는 고민이 하나 있습니다 - 꼭 가고 싶은 회사 위주로 골라서 지원하는 것이 좋을까요, 아니면 지원서를 최대한 많이 뿌리는 것이 좋을까요?

선택과 집중을 할 경우,

  • 면접을 잡을 때 스케줄 관리가 더 용이하고 지원하는 기업의 면접 스타일과 후기들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서 채용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 다만, 한국에서 해외 기업으로 직접 지원하는 경우 재직자/헤드헌터/리크루터 추천의 경로를 거치지 않는 한 서류 검토 과정이 굉장히 오래 걸리거나 아예 서류 검토 대기열의 우선순위에서 밀려 하염없이 기다리게 될 수 있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 앞서 서술한 석사 후 OPT 신분으로 지원을 해서 미국 비자 부담이 없거나, 재직자 추천이 있어서 서류 검토는 확실히 진행이 가능할 경우 원하는 기업 위주로 집중을 하는 것도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원서를 최대한 많이 뿌리는 경우,

  • 해외의 회사들은 자기소개서나 지원 동기 같은 항목 없이 이력서와 개인 연락처로만 접수가 가능한 곳이 많아서, 큰 부담 없이 여러 건의 지원서를 돌리기 쉽습니다.
  • 저는 미국 석사 신분도, 재직자 추천도 없이 맨땅에 헤딩을 해야 하는 경우였던 관계로 일단 한 번이라도 면접 기회를 더 늘리고자 지원서를 최대한 많이 뿌리는 쪽을 선택했습니다.
  • 다만 갑자기 면접이 여러 건 잡힐 경우 일정 관리가 어렵고, 많이 뿌리는 만큼 거절과 탈락의 경험도 많이 겪어야 하므로 탈락 소식을 접할 때마다 흔들리는 멘탈을 잘 붙잡아야 합니다...
04
저는 뿌렸음

모든 준비가 끝나고 지원서까지 제출했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해외 진출을 위한 첫 발걸음을 뗀 셈입니다. 시작이 반이니 벌써 반은 해내셨네요! 다음 글부터 3-4편에 걸쳐, 해외 기업들의 면접 과정과 제 준비 경험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해보도록 하겠습니다.

[6. 면접 후기 (2) 온라인 인터뷰] 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