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jchun.dev

시드니에서 로컬로 살아가기

travel3 min read

인스타그램을 구독하시거나 그 외 다른 경로로 이미 알고 계신 분들이 많으시겠지만, 저는 올해 3월부터 호주 시드니로 이사와서 살고 있습니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코로나로 인해 시드니에서의 삶이 아마 여느때와 같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만, 다행히 지역의 확진자 수가 다른 도시들보다는 잘 통제되고 있어서 나름 안전하고 평화로운 삶을 즐기고 있습니다.

이미 직장이 구해진 상태에서 넘어온 것이긴 했지만, 사실 처음에는 호주로 완전히 이민을 올 생각이 있지는 않았습니다. 그보다는, 젊을 때 다양한 문화에서의 삶을 경험해보고 생각하자는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결정을 내린 것에 더 가깝지요. 그런데, 이 도시에서 로컬로 지낼수록 이 곳이 살기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점점 들면서 6개월이 지난 지금은 이 곳에 정착할까 하는 생각을 조금씩 진지하게 해보고 있습니다. 아마 좀 더 오래 여기서 지내면 또 생각이 바뀔 수도 있겠지요? 이번 포스트에서는, 시드니에서 살아보며 느낀 세 가지의 장점에 대해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00
최고의 장점: 고기(?)

커피의 도시

'고작 커피가 도시에 살고 싶은 이유야?'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매일 커피 한두잔은 꼭 마셔야 하는 현대인들에게 좋은 카페는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아닐까 합니다. 저 또한 도시의 락다운이 풀린 후 맛있는 커피와 분위기 좋은 공간을 찾아 도시를 헤매고 다니곤 하는데요, 호주인들에게 유명한 '바나나 브레드'를 비롯해서 다양하고 맛있는 카페 메뉴들과 물가 대비 정말 저렴하면서도 어디서나 일정 수준 이상을 보장하는 커피는 이 도시에서 살면서 맛볼 수 있는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가 아닐까 합니다.

01
Single O의 바나나 브레드와 에티오피아산 싱글오리진 커피

미국과 중국, 한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에서 승승장구하며 10년간 주가를 무려 7배(!)나 끌어올린 스타벅스지만, 시드니를 포함한 호주에서는 큰 손실을 입으면서 힘을 못 쓰고 있습니다. Gloria Jeans와 같은 자국의 로컬 브랜드들이 비교적 잘 하고 있기도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굳이 스타벅스를 갈 필요가 없을 만큼 도시 곳곳의 로컬 카페들의 수준이 높기 때문인 듯합니다.

02
사워도우 위에 아보카도와 생햄을 올린 Skittle Lane의 심플한 브런치 메뉴

시드니의 카페들은 보통 오전 7시, 더 빠르면 해도 뜨기 전 새벽부터 도시와 함께 아침을 시작합니다. 출근길에 커피 한 잔과 함께 가벼운 아침식사를 하려는 직장인들을 위해서인데요, 저는 아침 일찍 일어나는 얼리버드는 아니지만 가끔은 평소보다 조금 일찍 일어나서 커피 한 잔과 아보카도 토스트로 하루를 시작하기도 합니다.

03
지금 시드니에서 가장 핫한 브런치 중 하나인 Circa Espresso의 Ottoman Eggs

숲과 바다의 도시

다른 도시에서는 누리기 힘들 시드니만의 큰 장점 중 하나는 편리한 도시의 생활과 아름다운 자연이 함께 공존한다는 점일 것입니다. 도시 곳곳에 있는 조깅하기 좋은 공원들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말 그대로, 다른 나라였다면 차로 몇시간은 달려가야 만날 수 있는 웅장한 대자연을 시드니에서는 대중교통으로, 심지어는 걸어서 쉽게 만나볼 수 있습니다.

호주를 방문해보지 않은 분들께도 익숙한 관광지인 블루 마운틴(Blue Mountain)은, 사실 도시 한복판의 중앙역에서 전철로 한시간 조금 넘게 가면 도착하는 곳입니다. 도시에서 그렇게 멀리 떨어지지도 않은 곳에서 끝없이 펼쳐진 숲과 산자락을 만나보는 것은 정말 신기한 경험이었는데요, 아침 일찍 나서서 블루 마운틴에서 하이킹을 즐기고 저녁에는 다시 도시로 돌아와서 밥을 먹고 있으니 기분이 묘했던 기억이 납니다.

06
그 유명한 블루 마운틴의 스리 시스터즈(Three Sisters) 바위

저와 함께 일하는 동료 중에는, 출근 전 이른 아침 시간을 노려 본다이 비치(Bondi Beach)를 비롯한 넓고 깨끗한 바닷가에서 서핑을 즐기는 분이 있습니다. 물론 코로나로 인해서 재택근무가 일반화된 덕에 출근시간이 절약된 덕도 있지만, 실제로 도심에 그렇게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넓은 해변이 널려있고, 날씨가 따뜻할 때는 이른 아침부터 서핑보드를 들고 파도를 찾는 서퍼들을 심심치않게 볼 수 있습니다. 굳이 해수욕을 즐기지 않더라도, 바닷가를 따라 이어진 긴 산책로를 따라 걷고 있으면 가끔은 휴양지에 온 건지 도시에 살고 있는 것인지 헷갈릴 때도 있습니다.

05
동쪽 해안가 끝자락의 Hornby Lighthouse
04
태닝과 독서와 바다구경을 동시에 합니다

건강한 일과 삶의 균형이 있는 도시

마지막으로, 이 도시가 매력적인 가장 큰 이유를 하나 꼽으라면, '건강한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 을 들 수 있겠습니다. 아무리 자연환경이 좋고 살기 편리한 도시라도,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일만 하다가 지쳐서 주말에는 잠만 자며 보내야 한다면 별로 살고 싶지 않은 도시일 것입니다. 반대로, 휴양지나 관광지로서의 매력만 있고 제대로 된 직장이 없는 도시라면 관광객이나 은퇴자들에게는 좋을 수 있겠으나 커리어를 쌓고 싶은 사람들에게 매력적인 선택지는 아닐 것입니다.

업무 분야나 개인의 의지에 따라 차이는 있겠습니다만, 개인적으로 시드니는 일과 삶 둘 모두의 균형을 적절하게 갖춘 세계에서 손꼽히는 도시라고 생각됩니다. 경제 규모 세계 10위에 달하는 호주에서 가장 큰 도시답게 금융, IT, 서비스, 미디어 등 다양한 산업이 발달되어 있고, 비슷한 수준의 타 국가 도시 대비 아직까지는 외국인의 취업과 비자 취득도 수월한 편입니다.

삶의 질 측면에서는 더 바랄 것이 없는 정도입니다. 특히 바다와 서핑을 사랑하거나 따뜻하고 맑은 날씨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최고의 도시 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업무강도와 스타일은 회사와 사람에 따라 다르겠습니다만, 일과 삶을 명확하게 분리하는 태도를 조직과 개인이 모두 추구하는 것은 큰 장점이라고 생각됩니다. 낮은 생산성으로 무의미하게 시간을 보내는 업무보다는 시간 내에 집중력있게 필요한 업무를 진행하되 퇴근 후에는 일에서 완전히 벗어나 자유롭게 보내는 것이 시드니사이더(Sydneysider) 들의 삶입니다.

08
아침 조깅을 할 때는 선크림이 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