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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1월 23일 대한민국 주식시장의 종합주가지수인 코스피가 종가기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주식시장뿐만 아니라 부동산, 가상자산(비트코인 등), 원자재, 귀금속 등 대부분의 자산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습니다. 팬데믹이 부추기고 백신이 일깨운 유동성과 낙관주의라는 거대한 두 파도에 힘입어, 이제 올해 3월의 패닉은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듯 차트는 우상단을 향해 질주하고 있습니다. 2017년 비트코인 열풍때 한국의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졌던 FOMO(Fear Of Missing Out)가 다시 한번 우리 사회 전반을 지배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그렇게 투자와 투기를 하고 자산을 굴려서 우리가 이르고 싶은 지점은 대체 어디일까요?
경제적 자유, 놀고 먹기 충분한 돈, 좋은 차와 집 등등 추상적이거나 구체적인 여러 표현들이 있겠지만, 저는 그 지점을 10ⁿ (n≥0) 의 숫자로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에게는 은퇴하기 위한 10⁹원(십억원) 정도의 자산일수도, 누군가에게는 빚이나 다른 경제적 부담 없이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해볼 10⁸원(일억원)의 군자금일수도, 어쩌면 남부럽지 않은 풍족한 삶을 살기 위한 10¹⁰원(백억원)의 부일 수도 있겠습니다. 물론 이런 숫자에 연연하지 않고 본인이 원하는 가치를 추구하는 삶을 찾아가는 분들 또한 많으시겠지만, 그 가치를 찾고 추구하는 데에 있어 적절한 크기의 부가 도움이 되는 때가 있다는 사실도 많은 분들이 공감하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10ⁿ에 도달하기 위해 제가 했거나 할 예정인, 혹은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몇 가지 행동들에 대해 적어봅니다. 꼭 특정 시점에 해야하거나 하지 말아야 할 체크리스트들의 나열이라기보단, 이쯤에서 이런 것들을 해두니 좋았다 (혹은 해두면 좋을것 같다~)라는 가벼운 정리에 가깝습니다. 저를 포함한 많은 분들이 현실적인 목표로 잡을만한 0 ≤ n ≤ 10
의 구간에서 해봄직한 시도들을 잊지 않고 기억하고, 비슷한 (혹은 그 다음 단계에 해당하는) 목표를 가지신 분들과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부의 척도를 지수 스케일로 표현하는 방식 포함, 이 포스트의 많은 부분에서 lacri님의 글에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이 포스트를 해당 글에 AI(Action Item)들만 덧붙인 사족으로 여겨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좋은 생각을 공유해주신 lacri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정확히는, 근로소득 (월급 꾸준히 모으기)로 대표되는 덧셈 연산만으로는 특정 지점을 넘어갈 수 없습니다.
각각의 단계 사이에 일정한(예를 들어 천만원) 차이가 아닌 일정 배수(1억, 10억, 100억) 만큼 기하급수적인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근로소득의 증가는 보통 그 소득이 아주 작을 때를 제외하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기는 커녕 일정 수준에서 멈춰버리므로,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는 목표치를 근로소득만으로 달성할 수는 없습니다. 즉, 일정 시점을 넘어가면 자본 소득 / 시스템 소득(기업체 등) 등의 형태로 대표되는 '곱셈'으로 부를 증식해나가야 합니다.
그러면 왜 10억원, 20억원, 30억원... 같은 산술급수가 아닌 10억원, 100억원, 1000억원...의 기하급수로 단위를 표현하나요? 개인적으로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출을 청산하여 총자산을 0 이상으로 만듭니다.
저 또한 여러가지 이유로 일정 수준의 부채를 끌어안고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처음 생긴 소득의 대부분을 해당 부채의 청산에 쏟아부었던 경험이 있습니다. 부채의 규모나 성격에 따라 채무자 본인이 받아야 하는 고통의 양과 질이 다르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이에 대해 함부로 말하기는 조심스럽습니다. 그나마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소득이 생기자마자 부채부터 청산한 것은 옳은 선택이었다는 것입니다.
복리의 마법은, 빚이 되는 순간 복리의 저주로 탈바꿈합니다. 굳이 복리의 저주가 아니더라도, 현금흐름의 일부를 꾸준히 이자로 지불해야 하는 환경은 발목에 모래주머니를 달고 마라톤을 뛰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얼마가 되었든, 어떤 (물론 불법이 아닌) 방법을 쓰든 조금씩이라도 채무의 원금을 갚아나가서, 총자산을 0 이상의 숫자로 맞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만 생계 혹은 기타 소모성 자금을 위한 대출이 아닌, 자산을 구매하기 위해 지게 되는 대출 (대표적으로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모기지론) 은 빚이긴 하되 실제로는 청산해야 할 부채로 간주할 필요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조금 이상하게 들리실 수도 있는데요, 다음 단계들을 이야기하며 좀 더 자세하게 적어보겠습니다.
이 단계까지 도달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행동 (혹은 태도)가 필요합니다:
열심히 일해서 근로소득을 모으고, 기초적인 투자를 공부하고 실행합니다.
부채를 청산하는 과정과 큰 차이는 없되, 이제부터는 빚을 갚는 것이 아니라 내 순자산을 늘려나가는 과정입니다. 빚을 다 청산하고 처음으로 월급이 고스란히 통장에 남았을 때의 기뻤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n=0 미만에서 시작했다면 그 순간의 기쁨을, n=0 에서 시작했더라도 통장에 자산이 불어나는 즐거움을 잊지 않으며 차곡차곡 n=7에 도달해봅시다.
자산이 0보다 큰 숫자가 되면, 본격적으로 복리의 마법을 누릴 때입니다. 당연히 이 마법은 일찍 누리면 누릴수록 더 큰 혜택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시간 또한 부 못지않게 소중한 자산임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본인의 능력에 따라서는, 지금 정도 규모에서 투자로 큰 소득을 얻는것보다 자기계발(또는 고용주와의 적절한 협상)을 통해 근로소득을 늘리는 쪽이 투자시간대비 더 효율적인 자산 증식의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자산을 현금으로 통장에 처박아두고 열심히 일개미처럼 살 필요는 없습니다. 기본적인 투자와 절세 수단에 대해 적절히 공부하고, 손쉽게 실행할 수 있는 것은 실행해봅니다. 여러가지 직간접적인 투자 수단(예금, 펀드, 주식, 채권, 귀금속, 원자재, 가상자산, p2p금융 등)에 대해 상식 수준의 공부를 해보되, 실제로 내가 진입할 의향이 있는 수단인지 검토해봅니다. 어떤 상품은 너무 위험이 커서, 어떤 상품은 유동성(현금화하기 쉬운 수준)이 너무 적어서, 어떤 상품은 단위가 크거나 시장을 이해하기 어려워서 진입하기 어렵다고 판단할 수도 있습니다.
한국에서 계속 거주할 의향이 있는 개인이라면 주택청약종합저축은 이 시점에서 필수적으로 가입해야 할 것입니다.. 다만 2017년 이후 정부 정책의 지속적인 변경으로 인해 20-30대의 나이에 청약 당첨은 매우 어려워졌습니다.
이 단계까지 도달하기 위해 (그리고 그 이후에) 다음과 같은 행동 (혹은 태도)가 필요합니다:
근로소득을 계속해서 모아나가되, n=7 시점에서부터 공부했던 투자를 본격적으로 시도해봅니다.
창업, 혹은 고위험 고수익의 투자에 뛰어들 의향이 없는 일반적인 근로소득자라면, n=8 언저리 어느 지점에서 본인이 앞으로 창출할 현금흐름과 소비의 규모, 투자 능력을 바탕으로 일생에서 도달할 수 있는 부의 현실적인 수준이 계산되기 시작할 것입니다. 해당 수준을 직접 계산해보고, 원래 도달하고 싶었던 n과 비교해서 단계와 시점이 어느정도 차이가 나는지 검토해보기 좋은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투자의 원리에 대해 공부하고 이해하는 것도 이 시점에 해두면 앞으로의 좋은 무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제는 왜 호황과 불황을 반복하며 순환하는지, 경기 사이클의 각 지점에서는 어떤 자산에 대한 투자가 유리하고 불리한지, 그런 이론을 바탕으로 어떤 시점에서든 일정한 수익을 추구하는 분산투자 방식(올웨더 포트폴리오 등)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보고, 그 중 본인의 성향에 맞는 것이 있다면 특정 자산에만 집중해서 투자하는 대신 해당 방법으로 투자를 하는 것도 추천할 만합니다.
특정 자산시장에 뛰어들어 직접 투자를 한다면, 투자를 하기에 앞서서 해당 시장에 대해 일정 수준 이상의 이해는 필수입니다. 물론 금융 전문가 수준의 지식과 경험까지 획득하기는 어렵겠지만(물론 그런 수준의 지식이 있으면 더 좋습니다), 적어도 시장에서 보편적으로 협의되어 사용되는 용어와 개념에 대한 인식과 이해는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최악은 해당 개념에 대해 인식도 공부도 하지 않은 채 남이 사니 따라사는 '뇌동매매' 입니다.
주식시장으로 예를 들자면,
중 본인의 투자 성향에 따라 일부 혹은 전부에 대해 적어도 무엇인지 어렴풋하게나마 알고 있으면 도움이 됩니다. 이 중 어떤 개념은 실제로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데 사용되는 개념이고, 어떤 개념은 원리나 법칙이라기보다는 인간의 행동심리학적 요인, 혹은 시장 참여자들의 암묵적 합의에 의해 자기충족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이 되어 시장에서 작동할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이 단계까지 도달하기 위해 (그리고 그 이후에) 다음과 같은 행동 (혹은 태도)가 필요할 것이라 생각됩니다:
투자의 폭을 넓히거나 반대로 몇몇 종류에 집중하여, 안정성과 수익률 사이 적당한 지점을 찾습니다.
사회인으로서 성장(== 근로소득의 성장)과 투자를 적절하게 병행하셨다면 이 시점에서 본인의 직업(전문분야)에도 투자에도 어느 정도의 경험과 성향이 자리잡았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해당 성향에 맞추어 계속해서 부를 스노볼링해나가되, 내가 잘 하고 있는지, 내 방식을 개선할 수 있을지 꾸준히 고민해보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같은 문제들을 고민해보면 좋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사실 이 중 일부는 n=8, 혹은 그 이전부터 고민을 시작해야 하는 질문들일 것입니다.
국가 경제의 규모 혹은 시스템 발전의 수준에 따라 다르지만, 한국의 경우 n=9 전후의 어느 시점에서 부동산이라는 새로운 투자 수단에 진입할 수 있습니다. 2020년 11월 현재 상업용 부동산을 중심으로 한 간접투자는 리츠(REITs)의 형태로 쉬워진(n ≤ 7) 반면 직접투자는 각종 대출 제한으로 인해 어려워지고(n ≥ 9) 있습니다. 주거용 부동산의 경우 투자 목적뿐만 아니더라도 최초 구매의 경우 '내 집'을 갖는다는 의미도 큰 관계로, 적절한 매수 기회가 있을 경우 매수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한국의 주거용 부동산의 경우, 구매자들이 아래 요소들을 많이 고려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적절한
의 의미는 이 시점에서는 잘 아실것이라 믿습니다)개인적으로는, PIR 혹은 PRR 등의 지표도 참고할만한 정보라고 생각됩니다.
금융비용(이자)을 감당할 수 있고 해당 대출로 구매한 자산의 성장률로 금융비용을 상쇄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면 부채를 활용해 레버리지를 사용하는 방법을 검토해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차와 같은 소비재를 구매하거나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톰이 진 7천만원의 빚은 최대한 빠르게 갚아야 할 부채이지만, 7억원의 현금을 가지고 있던 제리가 14억원의 아파트를 사기 위해 7억원의 빚을 졌다면 제리의 자산은 여전히 (14-7)억 = 7억입니다(회계에서는 자산 = 자본 + 부채라는 식으로 표현합니다). 제리가 갚아야 할 이자보다 월세를 절약함으로써 얻는 이득 + 아파트 가치의 상승률이 더 크다면 제리는 이 레버리지를 잘 활용하여 이득을 보고 있는 셈이고, 가능하면 부채를 계속 갱신하는(리파이낸싱 등) 방법을 통해 레버리지를 유지하고 싶어할 것입니다. 이러한 레버리지는 부채를 통해 만드는 경우도 있고, 특정 자산 시장에서 상품으로 판매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KODEX 레버리지 ETF 등)
이 단계까지 도달하기 위해 (그리고 그 이후에) 다음과 같은 행동 (혹은 태도)가 필요할 것이라 생각됩니다:
큰 규모의 투자에 성공하거나(자본소득), 신생 기업체의 초기 멤버로 참여하여 exit에 성공합니다 (사업소득).
최근 통계에 따르면, 임금근로자의 평균 소득은 월 297만원이라고 합니다. 평균 30년정도 근로한다고 가정하면 근로기간동안의 생애소득은 약 10억 7천만원 정도이므로, 오차를 감안해도 n = 10부터는 일반적인 임금근로자의 근로만으로는 평생 도달할 수 없는 지점입니다. n=9에 해당하는 자산을 처음부터 가지고 시작하더라도, 연 8%의 수익률을 최소 30여년간 달성해야 n=10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1.08³⁰ ~= 10)
즉 의미있게 짧은 시간 안에 n=10과 그 이후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위험을 감수하고 높은 수익의 상품에 큰 규모로 투자하여 성공하는 방법이 유일한 수단이라고 생각됩니다. 단순히 현금뿐 아니라 시간, 근로, 재능을 포함한 부로 변환가능한 모든 가치를 투자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즉 높은 경쟁률과 실패 위험을 뚫고 연예계에서 성공하거나, 새로운 회사(스타트업)의 창업자 혹은 초기 멤버로 오랜 고생을 이겨내고 큰 규모의 exit을 하는 것 또한 위험을 감수하고 가능성에 큰 투자를 하는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이 단계까지 도달하기 위해 (그리고 그 이후에) 다음과 같은 행동 (혹은 태도)가 필요할 것이라 생각됩니다:
n ≥ 11 이후의 단계는, 근처에도 가지 못한 지금 쓰는 것이 의미없다 생각되어 적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위에서 언급했던 lacri님의 글과 비슷한 생각입니다). 언젠가는 n = 10을 넘어서서 이 글의 후속편을 쓰는 날이 올...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