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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취업 후기 1. 프롤로그

careers4 min read

Table of Content

  1. 프롤로그 - 우리는 왜 떠나는가
  2. 어떤 나라로 갈까? - 미국
  3. 어떤 나라로 갈까? - 미국 외 지역
  4. 해외 기업들의 엔지니어 채용 과정
  5. 면접 후기 (1) 이력서 준비와 지원
  6. 면접 후기 (2) 온라인 인터뷰
  7. 면접 후기 (3) 온사이트 인터뷰
  8. 면접 후기 (4) 오퍼 협상
  9. 마치며 - 우리는 왜 떠났는가

겨울의 시애틀은 짜고 습하고 쌀쌀했다. 이 도시에 도착한 다음 날 5시간 내내 바짝 긴장한 상태로 면접을 봤다. 익숙하지 않은 언어로 하루종일 대화를 하고 나니 진이 완전히 빠져서, 출국 전 마지막 저녁인데도 도시를 좀 더 구경할 생각도 하지 못한 채 술을 한 잔 마시고 숙소에서 쓰러지듯 잠이 들었다....

첫 번째 글을 쓰기 위해 자료를 정리하면서, 작년 초 첫 온사이트 면접을 보고 나서 쓴 일기를 잠깐 들춰보았습니다. 저 일기를 쓴 날로부터 며칠 후 커리어에서 처음으로 해외 오퍼를 받고서 너무나 좋아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대학 졸업 후 신입 엔지니어로 처음 취업준비를 할 때마냥 수십개의 회사에 이력서를 돌린 끝에 받은 오퍼였습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신입 때도 그렇게까지 많은 이력서를 돌리지는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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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애틀에 있는 유명한 Amazon Spheres.

해외 취업이 드물지 않은 시대가 되었지만, 해외 취업 준비를 처음 준비하시는 엔지니어 분들 입장에서는 여전히 궁금한 것이 많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석/박사 유학을 거쳐 취업을 하는 경우나 글로벌 회사(A사)의 한국 채용 이벤트에 대한 후기는 브런치와 같은 커뮤니티에 종종 올라오지만, 한국에서 직접 해외 현지의 기업에 지원하여 이직을 하는 경우는 비교적 후기가 드문 것 같습니다. 제가 이직을 준비하면서 얻은 정보와 경험들이 해외 취업을 준비하는 다른 개발자/취업준비생 분들께도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우리는 왜 떠나는가

출국이 결정된 후 가장 많이 받은 질문 중 하나는 '왜 해외로 이직하는거야?' 였습니다. 보통은 '글로벌 기업 재밌어보여서~' 정도로 가볍게 대답했고, 어떨 때는 '응 연봉이 더 쎄서~' 라고 웃어넘기기도 했는데요, 이직을 준비할 당시 해외 기업들만 고려한 것은 아니었지만, 국내에서 계속 비슷한 색깔의 경험을 이어나가는 것보다는 좀 더 새로운 경험이 필요하다 싶기는 했습니다. 무엇보다, 앞으로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무슨 일을, 어디서, 어떤 사람들과 해야 하는지? 같은 고민에 대한 결론은 지금과 비슷한 일과 삶을 살며 내리기는 어렵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1. 새로운 삶의 경험

우리는 서로 다른 문화에서 서로 다른 삶을 살아갑니다. 한 주가 끝나면 금요일이면 친구들과 함께 밤을 불사르며 한 주의 스트레스를 푸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따뜻한 차(혹은 시원한 🍺) 한 잔을 옆에 두고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는 아늑한 주말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사람 많고 복잡하지만 편리한 도시 한복판에서 사는 것도 좋지만, 숲과 강, 산과 바다를 가까이 둔 교외 지역에서의 삶도 매력적입니다.

저는 태어나서 20여년간을 지방(대구와 대전)에서, 학교를 졸업하고 커리어를 시작하고서는 서울에서 대부분의 삶을 보냈습니다. 밤에도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치안,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보험, 같은 도시와 나라에 사는 친구들과 가족들, (서울에 집중되어 있기는 하지만) 화려한 문화컨텐츠와 같이 서울에는 다양한 장점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낮은 공기 질, 출퇴근 시간마다 꽉 들어찬 지하철, 나아지고는 있지만 아직은 갈 길이 먼 근무여건 등 가끔은 서울을 떠나고 싶어지는 이유들 또한 충분히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물론 서울이 아닌 다른 도시로 간다고 해서 삶이 무조건적으로 좋아지는 것은 아니고, 외국인으로 살면서 생기는 불편함을 고려하면 삶의 질이 오히려 낮아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제가 원래 살던 서울뿐만 아니라 다른 도시에서의 삶을 경험해봄으로서, 원하는 삶의 형태가 어떤 것인지 조금 더 구체적인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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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 Balmain 근방의 조깅 코스. 도시의 인프라와 쾌적한 자연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것이 이 도시의 가장 큰 장점.

2. 도전과 성장의 기회

저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서의 성장은 아래 세 단계를 반복함으로서 이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1. 내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제들을
  2. 내 주변에 있는 가장 탁월한 사람들과 함께 풀어서
  3. 만든 제품과 기능을 최대한 다양하고 많은 사용자들에게 피드백을 받는 것

지금 당장 제 자신이 저 세 단계에 걸친 성장의 사이클에 올라와 있지 않더라도, 기회가 왔을 때 그 사이클에 올라탈 수 있도록 준비를 해 둔다면 언젠가는 그 준비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 준비를 하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양할 것입니다만, 제가 개인적으로 택한 방법은 '저 세 단계에 해당하는 강점이 있는 곳에서 그 곳이 어떻게 일하고 성장했는지 배우고 기여하는 것' 이었습니다.

즉, 지금 중요한 문제들을 풀고 있고, 보편적으로 탁월하다고 인정되는 사람들이 비교적 많으며, 그 결과로 많은 사용자들로부터 많은 피드백을 받고 있는 곳을 다음 직장으로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세 가지 강점들 중 적어도 하나, 혹은 여러 개를 가진 곳을 이직 과정에서 중요하게 고려하였습니다. 물론 중요한 문제와 탁월한 사람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므로, 저 세 가지에 해당이 없더라도 제 성장에 어떤 식으로든 도움이 된다고 생각되는 곳에도 이력서를 돌리곤 했습니다.

세계 최고의 헤지펀드 Bridgewater Associates의 창업자이자 전설적인 투자자인 레이 달리오는 그의 저서 '원칙' 에서, 극단적으로 개방적인 사고와 투명성이 배움과 변화를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중 하나라고 말합니다. 이 말의 의미를 해석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레이 달리오가 언급한 개방적인 사고 는 삶에서 다양한 도전과 성장의 기회를 경험함으로서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도 다양한 도전의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겠으나, 다른 국가, 다른 문화의 회사들이 어떤 식으로 일하고 성장하는지 경험하고 기여해보는 것이 개인의 성장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3. 경제적 이익

해외(특히 북미) 취업 후기를 찾아보신 분들이라면, 소위 말하는 FAANG (Facebook / Amazon / Apple / Netflix / Google) 기업들의 연봉을 보고 놀라신 적이 있을 것입니다. 반면, 해외의 높은 렌트비와 세금으로 그 높은 연봉을 받아봐야 결국 한국이랑 큰 차이가 없다는 말을 들어보신 분들도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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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기업 연봉 정보 크라우드소싱 사이트인 levels.fyi의 Google 연봉 정보 통계. L3가 신입 단계입니다.

한국과 해외의 job offer를 둘 다 받아본 입장에서, 개인적으로 큰 차이는 금액뿐만 아니라 오퍼의 구성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자면, 해외 주요 기업들의 보편적인 job offer는 아래와 같은 구성으로 이루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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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Fearless Salary Negotiation

여기서 Base Salary와 Target Bonus는 기본급 개념입니다. (Target Bonus는 보통 퍼포먼스가 일정 수준 이상을 만족해야 주어지나 대부분의 경우 수령 가능합니다) Sign-on은 입사 시 주어지는 사이닝 보너스를 의미하며, Equity는 현금이 아닌 자사의 주식 형태로 4년에 걸쳐 주어지는 보상입니다. 보통 '스톡옵션'이라 말하는 매수권리가 아닌 주식 자체를 보너스로 지급합니다.

한국도 PI/PS의 형태로 보너스와 이익분배를 하는 회사가 일부 있으나 계약서에 명시가 되어있지 않아 '언제든 안 줘도 그만인' 경우가 많고, 극히 소수의 회사 혹은 스타트업에서 스톡을 직원에게 주는 경우가 있지만 임원급을 제외하고는 아직은 보편적이진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변동성이 큰 주식이 오퍼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점은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겠습니다만, 개인적으로는 모든 직원이 회사에 대한 기여를 주식 상승분의 형태로 보상받을 수 있는 오퍼 구성이 더 합리적이라고 느꼈습니다.

그렇다면 금액 자체는 얼마나 차이가 날까요? 세금과 집세를 고려하여 실제로 통장에 들어오는 세후 연봉이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에 대해서는 가족 구성(미혼/기혼/자녀 여부), 평소 소비 스타일 등 고려할 요소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이후 챕터에서 마저 서술하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시애틀/밴쿠버/시드니/싱가포르/암스테르담 다섯 도시에서 오퍼를 받아보았는데, 대소의 차이는 있었으나 다섯 개의 오퍼 모두 한국에서의 일반적인 오퍼보다 대체로 더 유리했습니다.

테크 기업들의 연봉 구성, 직급 체계, 직급별 연차, 성별과 회사 등에 따른 통계를 좀 더 자세히 보고 싶으신 분은 levels.fyi의 자료들을 통계로 정리한 Chip Huyen의 article을 참고해주세요.

[2. 어떤 나라로 갈까? - 미국] 으로 이어집니다.

💡 모두가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 시점에 취업 후기를 공유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은 행동으로 보일까봐 조심스럽습니다. 다만 제가 면접을 준비한 과정이 어떤 분들께는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하여 글들을 공유해봅니다. 혹여 이 글을 보시는 분이 현재 취업이나 이직의 어려움으로 인해 힘든 상황에 처해있다면, 먼저 응원의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지금의 어려움은 여러분의 책임이 아니라 단지 때와 시기가 마땅치 않았을 뿐이며, 조금 더 기다리면 반드시 좋은 기회가 찾아올 것이라 믿습니다. 질문할 곳이나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댓글로 연락 주시면 가능한 선에서 답변과 도움을 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