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jchun.dev

해외취업 후기 4. 해외 기업들의 엔지니어 채용 과정

careers5 min read

Table of Content

  1. 프롤로그 - 우리는 왜 떠나는가
  2. 어떤 나라로 갈까? - 미국
  3. 어떤 나라로 갈까? - 미국 외 지역
  4. 해외 기업들의 엔지니어 채용 과정
  5. 면접 후기 (1) 이력서 준비와 지원
  6. 면접 후기 (2) 온라인 인터뷰
  7. 면접 후기 (3) 온사이트 인터뷰
  8. 면접 후기 (4) 오퍼 협상
  9. 마치며 - 우리는 왜 떠났는가

이번 글에서는 해외 기업들의 전반적인 엔지니어 채용 과정에 대해 간략하게 요약해봅니다. 이력서 제출 과정부터 면접, 오퍼에 이르는 과정은 해외 기업들도 한국과 큰 차이가 없지만, 준비하는 과정에서 알아두면 좋은 부분이나 한국의 일반적인 채용 과정과 다른 경험을 했던 부분 위주로 가볍게 적어보겠습니다.

01
열심히 지원서를 돌리던 시절의 흔적. 총 48개의 회사에 100여 건 정도의 지원을 돌렸습니다.

지원 일정 잡기

'어디에 지원을 할까?' 만큼이나 중요한 고민은 '언제 지원할까?' 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현재 얼마나 활발하게 구직중인지, 현재 재직중인 직장이 있는 지 등 지원 시점과 일정을 잡기 위해 고려해야할 요소는 사람마다 다를 것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아래의 요소들을 지원을 시작하기 전 고려했습니다.

  • 해외 기업의 프로세스 진행 시간은 국내 대비 비교적 오래 걸립니다. 저는 가장 빨리 결과를 알려준 회사는 4주, 가장 늦게 알려준 회사의 경우 12주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 H1B 비자를 노릴 경우, 적어도 2월 초에는 오퍼에 사인을 하고 본격적으로 비자 서류 준비를 해야 합니다.
  • 서양권의 몇몇 회사는 연말 휴가로 인해 크리스마스 전후로 1-2주 정도 연락이 늦어지는 경우가 생깁니다.
  • 온사이트 면접을 채용하는 회사 현지에서 직접 진행할 경우, 해외에 2-3일 이상 체류하는 경우가 생기므로 현재 재직중인 직장 스케줄을 어느 정도 고려해야 합니다.

이력서 접수

정기적인 공채 형태의 채용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 한국의 대기업들과 달리, 해외 기업들은 대부분 필요할 때마다 채용 공고를 열어놓고 수시 채용을 진행합니다. 몇몇 큰 기업의 일부 new grad(대졸 신입) 채용을 제외하면 채용 공고가 올라오는 시점도 불규칙하기 때문에, 지원하고 싶은 회사의 채용 페이지를 수시로 확인하거나 LinkedIn의 채용 공고 알림을 활용하는 것이 편리합니다.

지원하는 회사와 도시를 정할 때 주의해야 할 것이 하나 있는데요, 많은 국가들이 취업비자 발급 시 대졸 이상의 학력, 혹은 그에 준하는 실무 경력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지원 전 해당 국가가 주로 발급하는 취업 비자가 어떤 학력/경력 제한이 있는지 사전 조사를 하거나, 지원 과정에서 리크루터(채용 담당자)를 통해 확인해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채용 지원 경로는 본인의 경력과 여건에 따라 다양한 형태가 있겠으나(단순한 cold mail에서 헤드헌터 이용, 스카우트 제안 등), 주로 아래 세 경로로 많이 지원하는 편입니다.

1. 공식 채용 페이지를 통해 직접 지원하기

가장 기본적인 채용 경로입니다. 대부분의 회사들이 이름과 연락처(이메일/전화번호), resume 정도의 정보들만 요구하는 관계로, 최대한 많은 회사에 기계적으로 지원서를 넣는다면 가장 많이 활용하게 될 창구이기도 합니다. 다만 말 그대로 일종의 cold mail인만큼, 답변이 돌아오는 비율이 높지는 않은 편입니다.

2. 재직자 지인의 추천 받기 (referral)

FANG를 포함 큰 테크 기업들은 대부분 지인 추천 채용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공개된 자료들에 따르면 지인 추천은 채용 도달율, 채용 절차 소요기간, 비용, 입사 후 퍼포먼스 등 다양한 측면에서 효용이 높아 많은 기업들이 선호하는 수단이라고 합니다. 구직자 입장에서도, 지원하려는 회사에 재직자 지인이 있다면 referral을 받는 쪽이 리크루터의 연락을 조금이라도 빨리 받는데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면접 과정에서는 지인 추천 방식의 채용도 다른 경로와 완전히 똑같은 방식으로 평가가 진행되므로, 구직자 입장에서 합격 가능성에 차이가 있지는 않습니다. (referral 채용의 도달율 자체는 평균보다 높지만, 재직자들이 '믿을 만한' 지인들만 추천함으로서 생기는 상관관계가 있을 뿐 인과관계는 없습니다.)

3. Recruiter를 통해 지원하기

LinkedIn에 이력서를 꾸준히 관리하다 보면, 여러 회사들의 채용 담당자(recruiter)들이 채용 제안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냥 검색에 걸리는 후보군에 cold mail을 돌리는 채용 담당자들도 간혹 있습니다만, 리크루터를 통해 채용에 도달할 시 이는 해당 리크루터의 성과가 되므로 지원자 본인이 진행 의사가 있다고 답장할 경우 적극적으로 지원자를 도와주는 편입니다.

Amazon 등 몇몇 큰 회사에서 최근들어 1년에 두세 차례씩 서울에 직접 리크루팅 팀(채용 담당자 및 면접관)을 파견하여 hiring event를 하는 경우가 늘고 있고, 최근 해외취업을 하신 분들 중 상당수가 해당 경로를 통해 채용이 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채용 이벤트를 열기 몇 달 전부터 리크루터가 후보자들에게 연락 및 사전 절차(온라인 면접)들을 진행하여 최종적으로 서울에서 면접을 볼 인원을 골라내는데, 이 경우도 리크루터를 통한 지원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채용 담당자 통화 (Recruiter Call)

어떤 경로로든 제출한 이력서가 검토되고 면접을 진행해도 괜찮은 후보군으로 선택되면, 가장 먼저 리크루터에게 연락을 받게 됩니다. 별도의 공지가 없는 한 처음 연락 온 리크루터가 온사이트 면접때까지 지원자의 전담 리크루터로 배정되어, 채용 과정에서의 일정 조율과 질의응답, 필요한 정보 공유를 담당하게 됩니다.

02
요런 메일을 받게 됩니다.

본격적인 면접 절차를 진행하기에 앞서 리크루터와 간단한 통화를 하게 되는데요, 아래와 같은 간략한 사항들을 주로 확인하는 10-15분 정도의 짧은 전화 통화입니다.

  • 지원자가 원하는 포지션에 제대로 지원했는지
  • 지원자의 경험 수준과 팀이 원하는 경력 수준이 양적/질적으로 얼추 맞는지(주니어가 시니어 포지션에 실수로 지원했거나 그 반대 상황이 아닌지)
  • 앞으로의 면접 일정에 큰 지장은 없는지
  • 코딩 면접에서는 어떤 언어를 쓸 지...

큰 결격사유가 없다면 몇 주 안으로 다음 단계인 온라인 인터뷰 일정을 잡게 됩니다.

온라인 인터뷰 (Online Screening)

온라인 인터뷰는 말 그대로 지원자를 최종 면접에 초대하기 전 기본적인 실력을 검증하는 원격 인터뷰입니다.

  • Online Assessment: 지원자가 원하는 시간에 특정 사이트에 접속해서 준비된 코딩 문제를 푸는 경우. 보통 2시간 정도 내에 간단한 2~3문제 정도를 풀게 되며, 면접 도중 지원자와 면접관 간에 별도의 연락은 없습니다.
  • Phone Interview: 지원자와 면접관이 전화를 연결해놓고 직접 면접을 보는 경우. 보통 1시간 ~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되며, 영상통화와 실시간 공유 문서(codeshare.io, Google Docs 등)를 함께 띄워놓고 가벼운 코딩 문제를 함께 풀거나, 기술적인 내용에 대한 질의응답을 하는 등 지원자의 기본적인 실력과 의사소통 능력을 검증할 수 있는 여러 질문을 주고받습니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두 형태의 면접을 전부 진행하는 회사도 있고, Phone Interview만 1~2회에 걸쳐 진행하는 회사도 있었으며, Online Assessment를 통과한 후 바로 온사이트 면접을 잡아주는(!) 회사도 있었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인터넷 연결이 원활하고 방해받지 않는 조용한 장소와 시간대에 면접을 잡으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온사이트 인터뷰

1~2차례, 많게는 3차례의 온라인 인터뷰를 성공적으로 통과했다면, 회사의 오피스가 있는 곳으로 지원자가 직접 찾아가서 진행하는 온사이트 인터뷰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많은 경우 지원자를 오피스로 직접 초대하는 편이나, 비용 문제나 최근 COVID19 이슈로 인해 온사이트 인터뷰를 원격으로 진행하는(?) 회사도 늘고 있습니다. 항공과 숙박(보통 최대 3일)이 필요할 경우 전부 면접을 보는 회사에서 지원해줍니다! 🎉🎉🎉

03
시애틀로 면접을 보러 가는 10시간의 비행. 이때까지만 해도 여행 온 기분이지만 불과 이틀 뒤에는...

온사이트 면접은 보통 아침 일찍 (9-10시)에 시작해서 점심시간을 포함해서 거의 하루종일 진행되는 고된 일정입니다. 면접관 1-2명과 함께 진행하는 45분-50분간의 면접 세션을 여러 명의 면접관들과 돌아가면서 진행하는데요, 보통은 오전에 2세션을 보고 점심을 먹은 후 오후에 2-3세션을 더 진행하니 오후 3시-4시까지는 쭉 면접을 진행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점심 또한 회사에서 지원해주고, 점심 시간에는 lunch buddy라고 해서 식사를 같이 하며 회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줄 재직자가 함께 합석합니다 (점심 시간의 대화는 대부분 면접 결과에 반영되지 않습니다.)

면접 유형은 (온라인 면접보다 더 어려운) 자료구조와 알고리즘, 시스템 디자인, 전문 분야에 대한 domain knowledge, behavioural interview(일종의 인성면접 혹은 팀 핏 면접) 등 여러 카테고리에 걸쳐 진행됩니다. 코딩 인터뷰의 경우 현장에서 노트북 등의 장비를 빌려주는 경우도 있지만 화이트보드에 직접 손으로 코드를 적어내려가는 경우도 있으므로, IDE에 의존하지 않고도 간단한 알고리즘은 익숙한 언어로 서술할 수 있게 연습해두시는 것이 도움이 많이 됩니다.

오퍼 협상과 출국

축하합니다! 길고 길었던 면접 과정을 모두 통과하고 나면 기다리고 기다렸던 오퍼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몇몇 큰 테크 기업은 전체 지원자 대비 채용 도달률이 0.2%밖에 되지 않는 매우 좁은 관문으로 유명합니다. 그런 험난한 과정을 거쳐 오퍼 레터를 받는 기분은 정말이지 후련하고 보람찰 것이라 생각합니다.

04
Congratulations on your offer!

그러나 오퍼를 받았다고 해서 모든 과정이 끝난 것은 아닙니다. 여러분이 받은 오퍼의 가치를 더 높이기 위해서는 회사와 협상을 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한국에서는 충분한 경력을 가지고 높은 위치로 이직을 하거나 헤드헌터를 통해 진행하지 않는 이상 오퍼를 협상하는 경우가 비교적 드물고 가끔은 '무례한' 것으로 생각되는 경우가 있는데요, 해외에서는 오퍼 협상이 전혀 불편한 것이 아니며, 상호간에 예의를 지키는 한 자연스럽게 진행되는 채용 과정의 일부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05
하하 그래서 얼마까지 알아보고 오셨나요? 출처: Unsplash

오퍼를 올리든 올리지 못했든 협상까지 마무리되고 offer letter에 서명을 하면 정말로 모든 채용 절차가 끝납니다! 남은 일은 넘어가는 국가에 따른 비자 발급, 출국 및 이사 준비 등 긴장을 풀고 여유롭게 하실 수 있는 것들입니다.

다음 글부터는 각각의 과정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써보겠습니다. 더불어, 전체적인 채용 절차를 경험하면서 얻게 된 제 개인적인 경험과 팁들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5. 면접 후기 (1) 이력서 준비와 지원]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