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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군데의 회사에 이력서를 돌리고, 몇 차례의 인터뷰가 잘 끝나서 마침내 몇몇 회사와 온사이트 인터뷰가 잡혔습니다. 먼 나라에 거주하고 있는 지원자를 위해 기꺼이 항공권과 호텔 경비를 지원해주는 회사들을 보며 이제 긴장감만큼이나 기대감이 슬슬 올라오기 시작하는데요, 첫 온사이트 면접에서 탈탈 털린 후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아직 긴장을 풀면 안 된다는 사실을, 지금까지 온 길보다 앞으로 가야할 길이 더 험난하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지원자가 온라인 인터뷰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서 온사이트 인터뷰 대상 후보로 선정되면, 리크루터를 통해 온사이트 면접의 일정을 조율하는 연락을 받게 됩니다. 회사에 따라 온사이트 면접 진행 형태가 다르고 따라서 스케줄 조율 방식도 조금씩은 다른데요, 제가 경험한 온사이트 면접은 아래 세 형태였습니다.
첫 번째 사례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적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온라인 면접과 온사이트 면접의 가장 큰 차이점은, 면접의 양과 밀도입니다. 길게 잡아도 2시간~3시간 내외면 마무리되는 한국 기업들의 최종 면접과 달리, 해외 기업들의 온사이트 면접은 한정된 시간 안에 지원자에 관해 최대한 많은 부분을 평가하기 위해 굉장히 밀도 높게 이루어집니다. 보통 휴식시간 포함 45-50분 내외의 면접 세션 5번과 중간에 한 시간 정도의 점심 시간을 가지게 되므로, 지원자는 적어도 4-5시간 안에 6명 이상의 면접관들과 연속으로 면접을 진행하게 됩니다. (중간의 점심시간은 보통 평가에 반영되지 않은 캐주얼한 시간입니다)
모국어로 면접을 진행해도 5시간 동안 긴장한 채 대화를 하다 보면 금방 지치는데, 익숙하지 않은 영어로 5시간 동안 면접을 이어나가다보면 말 그대로 머리가 지끈지끈합니다. 어떤 면접 주제를 어느 세션에 만나게 될지는 완전히 랜덤하고, 한 세션에서 잘 했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세션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평가를 얻어야 합니다. 따라서 집중력을 초반에 낭비하지 말고 체력과 여유를 잘 안배해서 면접을 진행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무엇보다도, 긴장을 최대한 풀고 여유롭게 한 세션 한 세션 잘 진행하시는 것이 정말로 중요합니다. 면접관들도 지원자를 배려해서 최대한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주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일부 직군 (전문적인 모바일 프론트엔드 엔지니어, ML Research Engineer 등) 을 제외한 대부분의 엔지니어 면접에서 단골로 다루는 주제 중 하나는 '시스템 디자인'입니다. 시스템 디자인은 말 그대로 주어진 서비스의 시스템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 물어보는 질문입니다. 너무 세부적으로 들어갈 필요는 없지만, 주어진 시스템이 대규모의 트래픽을 문제 없이 감당하기 위해서는 시스템의 전반적인 구조를 어떻게 잡아야 할지 명확한 근거를 가지고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자면, 'bit.ly 와 같은 단축 URL 주소 서비스를 어떻게 디자인할까요?' 같은 질문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질문을 쪼개 보면, 해당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아래와 같은 질문을 포함해 다양한 내용을 고민해야 함을 알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문제에서 요구하는 최소한의 조건들을 만족하는 high-level design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시작해서, 대량의 트래픽이 몰렸을때 병목이 될 지점을 어떻게 확장할지, 각각의 기능을 시스템의 어느 지점에서 처리할지, 캐싱을 할 수 있는 부분은 없을지 같은 세부적인 내용들을 다뤄가며 솔루션을 점점 구체화시켜나가면 됩니다.
구글에 system design interview
등의 키워드로 검색을 해보시면 어떻게 준비를 할지에 대한 정보는 금방 찾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아래 팁들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지원자의 기술적인 역량뿐만 아니라 팀과의 적합성(fit)과 업무 태도를 검증하는 behavioral question들도 면접에서 받게 될 질문들 중 하나입니다. 주로 업무에서 겪게 될 특정 상황에 대한 대응에 대해 묻는 질문들이 많은데요, "이러한 상황에서 어떻게 했는지" 혹은 "이러한 상황에서 어떻게 할 것인지" 두 가지의 대동소이한 형태로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같은 질문을 받더라도 각자의 경험과 역량, 신념에 따라 서로 다른 대답이 나올 것입니다. 또한, 각각의 기업마다 추구하는 Leadership Principle(리더십 원칙)이 있으므로 기업에서 선호하는 대답도 조금씩은 다를 것이라고 생각되므로, 어떤 질문이든 정해진 정답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질문에 관한 개인적 경험이나 생각을 말할 때, 조금 더 체계적이고 논리적으로 설명한다면 내용 전달에 더욱 도움이 될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STAR Method'라고 불리는 논리 전개 방식을 사용하고, 저 또한 해당 방식을 답변할 때 즐겨 사용했습니다.
'마감 기한이 빡빡했던 프로젝트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가요?' 라는 질문에 대한 아래 두 대답을 봅시다.
"음... 빡빡해도 마감에 쫓기느라 퀄리티를 양보할 순 없으니까, 최대한 중요한 일부터 우선순위를 먼저 정해서 하나씩 해결해나갈 것 같습니다."
"기한이 촉박할 때도 효율적인 결과를 끌어내기 위해 어떤 일이 더 중요하고 시급한지 우선순위의 정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프로젝트 마감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퇴사한 팀장의 업무를 급하게 인수받은 적이 있었는데요, 그 분의 업무를 받아서 완수해야 했지만 저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았습니다. 먼저 팀원들과 함께 남은 일들 중 어떤 일들이 더 중요하고 시급한지 나열한 다음, 각 팀원들의 담당에 맞춰 가장 중요한 작업을 먼저 배분해서 프로젝트의 핵심적인 부분을 시작으로 전체적인 업무들을 완수했습니다. 이를 통해 촉박한 마감 기한의 압박 속에서 어떻게 중요한 일에 집중할 수 있을지 배웠고, 저와 팀원 모두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첫 번째 답변도 지원자의 성향을 표현해주는 간결한 답변이지만, 개인적인 경험을 섞어서 구체적으로 대답함으로써 더 설득력 있는 답변을 해나갈 수 있습니다.
실제로 온사이트 인터뷰가 잡히셨다면, 인터뷰를 진행하시기 전 LeetCode Discuss, Glassdoor Interview Tips 등의 사이트를 통해 최근 인터뷰를 진행한 분들의 후기를 살펴보시는 것들을 추천드립니다. 최근 어떤 질문들이 나왔는지, 면접의 분위기는 어땠는지 등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으므로, 면접 직전 가장 최신의 정보를 얻고 면접이 어떻게 진행될지 감을 잡는데 큰 도움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이 모든 험난한 과정을 지나 최종적으로 인터뷰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셨다면, 해외 취업의 8부 능선을 넘으신 셈입니다!
[8. 면접 후기 (4) 오퍼 협상] 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