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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일어나자마자 커피 한 잔을 원샷하는 것으로 아침을 시작합니다. 오늘은 평소보다 많이 이른 오전 8시 30분에 회의가 잡혀 있습니다. 회의에 같이 들어오는 팀과 8시간 정도의 시차가 있는 관계로 두 팀 모두 회의에 참여하려면 제가 있는 오피스 기준으로 이른 아침으로 일정을 잡아야 합니다. 가볍게 씻고 옷을 갈아입은 후, 출근을 하는 대신 집 한 쪽에 세팅해놓은 홈오피스에 자리를 잡고 노트북을 켭니다. 화상통화 세션에 접속해보니 동료들 몇 명이 이미 들어와 있습니다. 잠깐 가벼운 잡담을 하다가 회의를 시작합니다.
오퍼 후 새 삶의 터전으로 이사를 온지도 벌써 3개월이 지났습니다. 이사를 오자마자 코로나19로 인해 전세계 대부분의 도시가 락다운(이동제한) 상태에 접어들면서 자칫하면 입국을 못 할 뻔하기도 했는데요, 다행히 입국은 무사히 했지만 그 후로 회사가 전사 재택근무에 돌입하며 오피스에 가 보지도 동료들을 직접 만나지도 못한 채 의문의 디지털 노마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처음 해외취업을 준비하기 시작할 때 떠올렸던 모습과는 많이 다르고, 난생 처음 하는 원격근무를 새 회사에서 하게 되어 긴장하기도 했지만 지금까지는 그럭저럭 즐겁게 예상과는 조금 다른 해외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해외취업 후기 시리즈의 초고를 대충 적어놓고 추가로 자료를 정리하며 살을 붙이던 중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한 사태가 전세계를 휩쓸었습니다. 경제가 무너지고 많은 기업들이 채용을 줄이거나 닫아버리기 시작했으며, 일자리를 잃어버리는 사람들도 곳곳에서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테크 업계도 예외는 아닙니다, 정리해고를 진행한 테크 스타트업들의 정보를 공유하는 사이트인 layoffs.fyi 에 따르면 스타트업들에서만 6만개가 넘는 일자리가 증발했다고 합니다.
한편으로는 코로나19를 오히려 기회의 지렛대로 삼아 크게 성장한 기업들도 있습니다.
또한, 코로나19는 전세계의 테크 기업의 일하는 방식을 원격 근무라는 새로운 형태로 급격하게 바꿔준 촉매이기도 합니다. Twitter와 Facebook이 상당수의 직원이 앞으로 재택근무를 하게 될 것이라고 선언한 것을 포함해 많은 테크 기업들이 원격근무를 더 빠른 속도로 보편화하고 있으며, 테크 기업의 원격 근무 체제 전환과 경기 하락이 맞물려 Bay Area의 임대료는 빠른 속도로 하락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코로나19 이후 우리의 취업 형태 또한 달라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노동법과 세금 문제가 해결되어야겠지만) 해외에 있는 기업이 한국의 엔지니어를 원격으로 고용하거나 그 반대의 경우도 가능할 것이고, 오피스에는 가끔 큰 회의나 일정이 있을 때에만 모이고 대부분의 시간을 원격으로 근무하는 형태가 보편화될 수도 있겠습니다. GitLab 등 원래부터 전사 원격근무로 운영되던 회사들도 원격근무의 팁과 노하우를 정리해 인터넷에 공유하는 등, 적어도 테크 업계에서 원격 근무는 이제 하나의 거대한 물결이 되어가고 있는 듯합니다.
프롤로그에서 '왜 떠나는가'에 대해 이야기할 때, 저는 '원하는 삶', '새로운 도전', '경제적 이익' 세 가지 가치를 우선적으로 고려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것이 불확실해진 지금, 여전히 이 가치는 더 넓은 세상으로 떠남으로서 얻을 수 있는 것일까요? 취업과 이직을 준비하는 분들께 코로나19는 적어도 아직까지는 위기인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저는 언젠가 이 새로운 물결을 기회로 활용할 수 있는 때가 찾아올 것이라고 믿습니다. 특히 테크 업계에서는, 코로나19와 같은 사건과 이로 인한 삶의 변화는 구직자와 기업 모두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기회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즉,
넓고도 좁은 이 세상에서, 모든 것을 혼자서 해낼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이어나가온 커리어와 새로운 기회를 위한 도전, 그리고 그 후기를 공유하기까지의 과정은 제 능력보다는 온전히 수많은 분들의 호의와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15년에 가까운 시간동안 제 성장을 지켜봐주시고 필요한 시점에 큰 도움이 되는 조언을 주신 김영석님, 연세대학교에서 연구자이자 교육자로서 시작하시는 새로운 출발에 진심으로 응원을 보냅니다. 또한, 전 직장에서의 든든한 동료들이었던 @serialx, @flyer, @hodduc, @kuss, @rohjoon, @ulralrachoi_, YT, SW, TK 님을 비롯한 많은 분들이 제가 커리어의 다음 단계에 대한 고민을 할때 아낌없는 도움을 나눠주셨습니다. 여러분이 나눠주신 도움과 조언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이 글의 베타리딩과 퇴고에는 @storykim, @junhwi, @iteratorP, 핸, @sgonv, @gurumaebi 님을 포함한 많은 분들이 참여해주셨습니다. 번잡하게 흩어져 있던 말뭉치들을 정리된 글로 엮어가는데 도움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외에도 이 글의 작성 과정, 그리고 제가 커리어를 이어나가는 과정에서 수많은 분들이 헤아릴 수 없는 도움을 주셨습니다. 제가 여러분께 도움을 드릴 수 있는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알려주세요!
마지막으로, 이 시리즈를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꼭 좋은 기회와 즐거운 성장이 함께 하시길 기원하며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지금까지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모두가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 시점에 취업 후기를 공유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은 행동으로 보일까봐 조심스럽습니다. 다만 제가 면접을 준비한 과정이 어떤 분들께는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하여 글들을 공유해봅니다. 혹여 이 글을 보시는 분이 현재 취업이나 이직의 어려움으로 인해 힘든 상황에 처해있다면, 먼저 응원의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지금의 어려움은 여러분의 책임이 아니라 단지 때와 시기가 마땅치 않았을 뿐이며, 조금 더 기다리면 반드시 좋은 기회가 찾아올 것이라 믿습니다. 질문할 곳이나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댓글로 연락 주시면 가능한 선에서 답변과 도움을 드리고 싶습니다.